잔칫날에 찬물을,.. -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박창홍
작성일
04-02-15 18:02 9,6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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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바고 깨버린 중앙일보 보도 '물의'
세계적 성과내고 공식회견 불투명
NYT \"한국의 한 신문때문\"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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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사람 난자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대해 국내 한 신문이 국제적인 ‘보도제한협약’(엠바고)을 무시하고 공식 기자회견 전에 성급하게 보도함으로써 국제 과학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과학계에서 국제적인 엠바고가 깨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과학계서 한국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과학분야의 국제학술지는 일반 대중이 새로운 과학적 연구 사실들을 전문가 검증을 거치기 전에 접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미리 보도자료를 배포하지만, 논문 검증이 끝나고 발표되는 시점까지는 언론 비보도를 불문율로 하고 있다.
▲ 2월 12일자 중앙일보 1면에서 특종
황 교수팀은 자신의 연구결과가 12일자 중앙일보에 대서특필된 직후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 내용은 사이언스지와 미국 국가과학진흥회(AAAS)에 의해 한국시각 13일 오전 4시까지 엠바고가 설정돼 있었는데 이것이 깨졌다”며 “중앙일보가 연구 당사자인 우리에게 아무런 확인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내용을 보도함으로써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 위신이 크게 추락됐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12일(현지 시각) 전세계 언론사 1000여명의 기자들을 두고 공식 발표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며 “엠바고를 지키려고 집사람에게도 얘기를 안 했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 교수팀은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거두고도 공식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던 미국 시애틀 현지에서 주최측에 사과하는 등 하루종일 곤욕을 치뤘다.
공동 연구자인 문신용 교수는 “어제까지 각국 과학자들과 기자들의 축하가 쇄도했으나, 엠바고가 깨어지자 전 세계서 몰려든 많은 기자들이 예정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오거나 돌아갔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지는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BC 등 국제 유수의 언론과 1대1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선 이것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날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주요 뉴스로 소개하면서도 “한국의 한 신문이 엠바고를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영국의 BBC는 이번 발표를 위해 시애틀에 스튜디오까지 차렸다가 황 교수와 간단한 인터뷰만 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언스지와 미국국가과학진흥원은 이날 공식 기자회견 취소 여부를 놓고 약 3시간에 걸쳐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엠바고가 파기된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논문 게재 규정에는 엠바고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연구 논문의 게재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황 교수는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아직 통보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이언스지는 황 교수의 논문을 표지 논문으로 게재할 예정이었다.
한편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이찬휘)는 성명을 통해 “한국 과학계의 쾌거를 세계에 알릴 기회가 한 언론의 성급한 보도로 깨어져 유감스럽다”며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해당 언론사 징계 등을 강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