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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여자

최승건(15) 작성일 04-12-07 17:46 9,806회 1건

본문

어디에 갔을까 충남 당진여자
  나를 범하고 나를 버린 여자
  스물 세 해째 방어한 동정을 빼앗고 매독을 선사한
  충남 당진여자 나는 너를 미워해야겠네
  발전소 같은 정열로 나를 남자로 만들어 준
  그녀를 나는 미워하지 못하겠네
  충남 당진여자 나의 소원은 처음 잔 여자와 결혼하는 것
  평생 나의 소원은 처음 안은 여자와 평생 동안 사는 것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
  처음 입술 비빈 여자와 공들여 아이를 낳고
  처음 입술 비빈 여자가 내 팔뚝에 안겨 주는 첫딸 이름을
  지어 주는 것 그것이 내 평생 동안의 나의 소원
  그러나 너는 달아나 버렸지 나는 질 나쁜 여자예요
  택시를 타고 달아나 버렸지 나를 찾지 마세요
  노란 택시를 타고 사라져 버렸지 빨개진 눈으로
  뒤꽁무늬에 달린 택시 번호라도 외워 둘 걸 그랬다
  어디에 숨었니 충남 당진여자 내가 나누어 준 타액 한 점을
  작은 입술에 묻힌 채 어디에 즐거워 웃음짓니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두 사람이 누울 자리는 필요없다고
  후후 웃던 충남 당진여자 어린 시절엔
  발전소 근처 동네에 살았다고 깔깔대던 충남 당진여자
  그래서일까 꿈 속에 나타나는 당진 화력 발전소
  화력기 속에 무섭게 타오르는 석탄처럼 까만
  여자 얼굴 충남 당진여자 얼굴 그 얼굴같이
  둥근 전등 아래 나는 서 있다 후회로 우뚝섰다
  사실은 내가 바랐던 것 그녀가 달아나 주길 내심으로 원했던 것
  충남 당진여자 희미한 선술집 전등 아래
  파리똥이 주근깨처럼 들러붙은 전등 아래 서있다
  그러면 네가 버린 게 아니고 내가 버린 것인가
  아니면 내심으로 서로를 버린 건가 경우는 왜 그렇고
  1960년산 우리세대의 인연은 어찌 이 모양일까
  만리장성을 쌓은 충남 당진여자와의 사랑은
  지저분한 한편 시가 되어 사람들의 심심거리로 떠돌고
  천지간에 떠돌다가 소문은 어느 날 당진여자 솜털 보송한
  귀에도 들어가서 그 당진여자 피식 웃고
  다시 소문은 미래의 내 약혼녀 귀에도 들어가
  그 여자 예뻤어요 어땠어요 나지막이 물어오면
  사랑이여 나는 그만 아득해질 것이다 충남 당진여자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장정일***

댓글목록

박창홍(15)님의 댓글

박창홍(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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