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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별의 언론따지기] 새해 '쓰나미 심판론' 이은 '축복 제일주의' 설교에 대해

박창홍(15) 작성일 05-01-18 03:45 9,471회 1건

본문

김홍도 목사님, 하나님 축복 팔아 장사마세요 
[문한별의 언론따지기] 새해 '쓰나미 심판론' 이은 '축복 제일주의' 설교에 대해 
 
 
문한별 칼럼니스트 media@mediatoday.co.kr
 
 
 
김 목사님이 유명하긴 유명한가 봅니다. 금란교회 신년 설교가 계속해서 언론을 타는 걸 보면. 신년 첫 설교 때는 남아시아 참사가 이교도들에 내린 하나님의 심판이라 해서 물의가 일더니 둘째 주일 설교 때는 "십일조 등 물질적 헌금을 거두기 위한 수단으로 동남아 재앙을 이용했다"는 말이 나돌더군요(프레시안, 2005.1.13).

   
 
▲ 개신교 감리교단의 최대 교회인 서울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가 최근 ‘서남아시아 쓰나미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예수를 제대로 믿지 않는 자들’ 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공식 석상에서 내놔 구설수에 올랐다. ⓒ연합뉴스
 
그러나 저는 한 인터넷신문의 그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방법대로 안 살면서 돈 많이 벌고 벼슬하고 잘 사는 것은 동남아시아에 지진과 해일이 덮친 것처럼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것입니다. 보장이 없는 것입니다"는 대목은 돈만을 바라보고 사는 인생의 우둔함과 헛됨을 지적하고자 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다만 온 세계인이 가슴 아파하는 남아시아 참사를 그 비유로 든 것은 분명 지나치셨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목사님께서는 이교도에 대한 심판으로 보고 계시니 더 할 말은 없습니다만.

목사님의 설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쓰나미 참사' 운운한 대목이 아닙니다. 인터넷 신문이 이 부분만을 부각시켜 "(김홍도 목사의 설교가) 동남아 재앙을 이교도 멸시의 수단으로 사용한 데 이어, 십일조 등 물질적 헌금을 거두기 위한 수단으로 동남아 재앙을 이용했다"고 한 것은 어떻게든 '논란'을 야기시켜 보려는 언론의 상업적 욕심에서 비롯된 헛발질이라고 보여집니다. 그게 아니라면 전체 설교를 잘 이해하지 못한 기자의 부주의 탓이겠지요.

지적은 정확해야 하고 비판은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옳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미군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들면서까지 공격해서는 안됩니다(미군의 이라크침략이 옳은 의도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해마시기를.). 바르게 말하면, 김 목사님의 설교에서 지적받아야 할 것은 '축복제일주의적 사고'입니다. 하나님의 축복을 팔아 성도들의 헌금을 강요하는 장사꾼 근성입니다.

하나님의 축복을 미끼로 성도들의 돈을 울궈먹는 이런 모습은 비단 김 목사님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기업으로서의 교회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목사들이 거룩한 설교 단상을 이용해 이런 짓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단상에서는 '하나님 제일주의'를 외치지만, 실상은 돈이 천하의 큰바탕이 되는 '자본주의'(資本主義) 사회 아닙니까. 교회도 돈이 없으면 운영하기 힘들고, 또 신분상승과 권력획득을 위해서는 교회의 대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요. 그 아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설교는 정확하고 정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목사님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방법'을 제목으로 잡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첫째 십일조를 비롯한 헌금을 잘 내라, 둘째 하나님 제일주의로 살면서 모든 걸 갖다 바쳐라, 셋째 드림으로 받는 원리를 생각하고 많이 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모양 오로지 목사님의 설교에는 헌금 많이 내라는 소리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불황 중에도 호황을 누릴 수 있고 불경기에도 호경기를 누릴 수 있"다는 달콤한 약속과 함께.

김 목사님. 무식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교회에 헌금을 많이 갖다 바치면 정말 복 받나요? "제일 첫 것(the first)을 하나님께 드리고 제일 좋은 것(the best)을 하나님께 드리며 제일 마지막 남은 것(the last)이라도 하나님이 명령하시면 하나님께 드리는" 생활을 하면 아브라함처럼 큰 복을 받나요? 돈 몇 푼 바쳐서 곱배기로 되받을 수만 있다면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집을 팔아서라도 갖다 바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물질의 처음과 나중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을 어디다 갖다 바칠까요? 교회에? 금란교회에...? 나아가 재산을 갖다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어떤 식으로 접수합니까? 아,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요 대언자니까 목사님의 음성을 통해서...? 그러니까 설교의 요지인즉슨, 목사가 돈을 내라고 하면 그를 하나님의 명령인 냥 듣고 '믿음으로' 무조건 교회에 갖다 바치라는 거지요?

참 장사 잘 하십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니 요즘 목사들이 사장님 소리 듣지요. 교회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세요. 목사를 가리켜서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미 목회의 본질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어요. 하나님이니 구원이니 축복이니 어쩌고 저쩌고 떠들지만 그게 다 돈을 울궈 먹는 고급기술이라는 것 말이에요.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내친 김에 한 가지 더 물어 봅시다. 헌금을 많이 하면 아브라함처럼 큰 복을 받는다고 하셨는데 아브라함이 어떤 복을 받았나요? 그는 자식의 축복과 땅의 축복, 그리고 큰 민족의 축복을 악속받았지만(창 12:1~3) 실상 그가 생전에 받은 것은 자식 한 명에다가 그의 한 몸 겨우 뉘일 마므레땅 한 조각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축복은 우리가 아는 바대로 오로지 약속의 형태로만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믿음의 조상'이란 칭호가 주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남김 없이 성취되었다는 것이 성경의 주장입니다. 설마 이 부분에서 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럴진대 크리스찬들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모든 복을 다 누린 사람들입니다. 에베소서나 그 밖의 성경들을 보면 크리스챤들이 하늘로부터 받아누리는 복에 대해 많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밖에 무슨 복이 더 필요합니까? 아직도 하나님이 안주신 복이 있습니까?(cf. 롬 8:32) 그래서 이처럼 헌금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구걸해야 합니까?

분명히 합시다. 하나님은 돈이 필요 없습니다. 천지만물의 주인께서 무슨 돈이 필요하시겠습니까? 돈이 필요하다면 그건 바로 김 목사님과 금란교회겠지요. 그래서 성경과 다른 소리를 해 가시면서까지 이 명목 저 명목 붙여서 돈을 걷으시려는 거 아닙니까? "축복의 줄을 꼭 붙잡아야" 한다고요? "시간의 7분의 1, 주일을 거룩히 지키는 것과 물질의 10분의 1, 십일조 생활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요? "축복을 받고" 또한 "재앙과 사고가 많은 세상에서 하나님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요?

목사님 말씀대로라면, 예수를 믿는 성도라도 주일예배 빠지고 십일조 안내면 축복도 못 받고 재앙과 사고가 많은 세상에서 하나님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건데, 참 문제가 심각합니다.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이 그런 분입니까? 주일 안 지키고 십일조 안내면 성도가 재난을 당해도 모른 척 하시는 분입니까? 하나님이 그렇게 쫀쫀하고 마음씨 더러운 분이에요? 그래서 그 양반 마음에 들고 각종 사고에서 보호받기 위해서라도 주일 잘 지키고 십일조 잘 내야 한다? 에이, 빌어먹을. 그런 하나님이라면 목사인 나부터 당장 신앙 때려치워 버리겠습니다.

또 말끝마다 축복, 축복하시는데 그놈의 축복이 도대체 뭡니까? 돈 많이 버는 것? 부자되는 것? 그런 게 축복이면 땅투기해서 졸부된 인간들은 하나님의 축복을 따따블로 받은 사람들이랍니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 그런 게 축복입니까? 그러면 전두환이나 노태우는 하나님께 축복을 곱배기로 받은 모양이지요? 사람을 그렇게 쳐 죽이고도 잘만 사는 걸 보면... 출세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 차지하는 것? 그게 축복이면 이름없이 빛없이 주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다 저주받은 사람들이겠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운데 막시밀리아노 꼴베 신부가 있습니다. 이 연약하고 힘 없는 폴란드 신부는 평생 주님을 위해 일하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최후를 맞았습니다. 나치가 사람을 선별해서 아사감옥이라는 데 집어넣고 몇일 만에 죽는가 실험하는데, 꼴베 신부는 뽑히지도 않았지만 울부짖는 다른 사람 대신 들어가 굶어 죽었지요. 그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주님을 위해 충성하다가 그 대가로 가슴에 총알을 받는 것,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습니다"고... 김 목사님, 이게 축복 아닙니까?

글이 넘 길어질까봐 걱정입니다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겠습니다. '주일'은 하나님의 날이고 거룩한 날이니 구별해서 거룩하게 지켜야 축복받는다구요? 오호라, 그래서 주일날 성도들 동원해서 시청앞 궐기대회를 여신 겁니까? 목사님은 주일 성수를 안식일 성수와 같은 개념으로 지키시는 분이니 제 말뜻을 아실 겁니다.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어느 정도로 지켰습니까? 무거운 건 들지도 않았고, 1천m 이상은 걷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안식일에 버스를 대절해서 정치집회를 열어요? 큰일 나셨습니다. 그렇게 주일성수를 어겨서야 무슨 낯이 있어 하나님께 축복을 구걸하겠습니까?

십일조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성경을 잘 아시니 물어 볼까요? 구약에서 십일조는 왜 걷습니까? 각종 절기 지키는 제사장 먹여 살리고 수발드는 레위인 먹여 살리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구약에서 지키던 각종 절기들이 예표하고 상징하는 바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이루어졌다고, 그래서 율법이 온전히 성취되었다고 성경이 말씀하지 않던가요? 엄밀히 말하면 신정국가의 세금 성격이 짙은 십일조헌금은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 이후에 그 용도가 폐기됐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십일조를 우려 먹습니까?  목사님은 주님의 십자가 사역으로 구약의 모든 제사가 완수되었다는 것을 부인하십니까? 지금 이 시대에도 피 흘리는 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따질 것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혈압 때문에 이만 참겠습니다. 글을 맺기 전에 목사님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성도들에게만 하나님 제일주의로 살라고 강요하지 말고 목사님부터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세요. 다른 여자나 돈을 사랑하지 말구요. 그러면 언론을 탈 일도 없어집니다. 불신자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할 염려도 없구요.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축복을 '구하라'고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그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왜 목사님은 새해 벽두부터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방법"을 설교 못해 안달이십니까? 사람들이 염려하는 의식주문제는 우리가 그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면, 바늘 갈 때 실 따라가는 것처럼, 자연스레 더해질 것이라고 주님이 그리 말씀하지 않으셨던가요? 부디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 하십시오. "하나님의 방법대로 안 살면서 교세 확장하고 건물 크게 짓는 것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바람불고 지진나고 해일 일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일"이랍니다. (cf. 마 7:24ff)

문한별  / 언론인권센터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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