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커뮤니티 열린게시판

커뮤니티

열린게시판
한줄TALK
포토갤러리
동문회 페이스북
집행부 동정
VOD 자료실
한줄광고 등록하기
졸업앨범 보기
열린게시판
이 게시판은 학고인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상업적 광고, 개인·단체의홍보, 특정인에 대한 음해·비방 등 본 사이트 운영취지와 무관한 내용은 사전 동의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정 주기...

김종렬(09) 작성일 05-04-07 13:24 9,772회 0건

본문

사무실 뒷 마당에 나무 몇 그루가 있다.
엉게나무, 사철나무, 모과나무, 산복숭아나무 등인데
키가 얼마나 큰지 옥상 에서도 한참이나 올라와 있다.
그러나보니 놈들의 눈높이가 나와 비슷하다.
요즘은 매일 이놈들과 눈맞추는 시간이 즐겁다.
틈만나면 나가 암팡진 눈매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포근해진다.
이제 막 조금씩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좀 더디긴하지만
하루 하루 달라져가는 새순이며 꽃눈이
이젠 정도 많이 들었다.
더러 손끝으로 살짝 건드려보기도 하고
무어라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빼꼼히 솟아나는 엉게 순도
루즈를 칠한 것처럼 빨갛게 내미는 복숭아 입술도
작고 귀여운 모과잎도
그저 사랑스럽다.
마치 갓시집 온 새색시 같다.
사실 나무를 이른 봄부터
이렇게 내내 지켜보긴 처음이다.
어떤때는 몇 가지 잘라와 책상위 수반에 놓고 싶은 욕심도 생기지만
애써 참는다.
평소 엉게잎 싸먹는 걸 좋아하지만
아마도 이놈에게서는 포기해야할 것 같다.
겨우내부터 줄곧 지켜본 그놈을 어찌 꺾는단 말인가.
차라리 시장에 가서 사먹을망정...
그래서 정이란 무서운가보다.
맞벌이하는 처제를 도와줄양으로
어린 조카를 집에서 돌봐주고 있는데
정이 많이 들어선지 꼭 아들같다.
더러 아빠가 좋으냐, 이모부가 좋으냐고 물으면
언제나 내 쪽이다.
짜증내거나 울다가도 이모집에 가자면 금방 뚝 그친다.
내가 조카에게 유난히 관심을 갖고 정을 쏟는데는
우리 딸아이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도 한몫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올 봄엔 내년에 비해
이놈들은 더 푸른 잎과 튼실한 가지를 뻗을 것이며,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올릴 것이 분명하다.

나무들이 어깨를 들썩인다.
녀석들의 콧노래가 들려온다.
곧 벌 나비가 몰려올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9,656건 758 페이지
열린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86 학육산악 4월계획 송석태(06) 04-07 9835
정 주기... 김종렬(09) 04-07 9773
2084 김대현 동기 결혼식 -- 4월 10일 댓글1 송우주(19) 04-07 9603
2083 이기,,,,, 출석부다!!!!!!!!!!! 댓글4 박정일(15) 04-07 9626
2082 어느 누구를 만나든지.... 사무국(13) 04-06 18067
2081 오승호, 오랜 침묵을 깨고 장가간다. 댓글5 최삼규(15) 04-06 9730
2080 당신을 그리며... 댓글2 김종렬(09) 04-06 9483
2079 아버지를 팝니다 댓글1 최종찬(09) 04-06 9948
2078 술김에... 댓글1 김종렬(09) 04-05 9444
2077 요즘 아이들... 김종렬(09) 04-04 9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