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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김에...

김종렬(09) 작성일 05-04-05 11:24 9,444회 1건

본문

4월 5일, 공휴일이다.
출근길 마음이 들뜬다.
길가에 늘어선 개나리며
산비알 진달래가 넘 곱다.
아침 햇살에 글썽이는
나뭇가지 움마다 진한 감동으로 와 닿는다.
행님이 돼지수육을 삶아왔다.
따뜻하다.
윤기가 난다.
양념이며 푸성귀까지 함께 왔다.
옷차림도 가벼운터라
아침부터 술이다.
마트 아지매들까지 와서
맛있게 먹고 간다.
벌써 얼큰하다.
토함산 등줄기가 눈부시다.
나도 봄물이 든다.
가슴이 따스해진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온다.
모레 울릉도 여행가는데
자꾸 폐끼친다며
안 갈려고 한다.
버럭 내가 고함을 친다.
자식새끼 이때꺼정
이만큼 키워놓고
무신 소리냐고...
아직도 엄마에겐 늘
내가 어린 철 없는 아이로 보이는갑다.
하여 서둘러 좀 일찍
시골집에 갈 생각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참 애도 많이 먹였다.
부지깽이에 어지간히 두들겨맞았다.
저놈의 손 언제나 인간되려나가
울 엄마 입버릇이었다.
그런데 요즘 울 엄마는
자식농사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자식 자랑 재미로 산다.
사실은 자랑할 것도 별 없는데 말이다.
따지고보면 옛날 울 엄마의 간절한 소원은
남들처럼 자식자랑 한번 하는 거였다.
얼마나 애를 먹였으면...
하나, 어쨌든 소원은 푼 셈이다.
턱없이 부끄럽지만서두...
나이가 들수록
나는 점점 작아지고
엄마는 너무 크게 보인다.
키는 작달막하지만
내겐 너무 크다.
한없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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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범(09)님의 댓글

박인범(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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