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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방문기

김종렬(09) 작성일 05-04-29 11:16 9,612회 2건

본문

어저께는 내 발로 병원에 갔다.
평소 주사 맞기를 지독히 싫어하는 내겐 첨 있는 일이다.
목덜미의 종양을 대수롭게 생각하고 방치한 게 화근이었다.
열흘새 서너 배로 커지더니 덩어리가 점점 속으로 번지고 있었다.
거의 골프공만하다. 통증도 심했다.
지난번에 다리 수술한 병원,
병원을 들어서는데 간호사들이 반갑게 맞이하며 호들갑을 떤다.
입원 당시 내가 인기짱이었거든....ㅎㅎㅎ
매일 맛있는 거 챙겨주고, 아침마다 시를 써서 건네주었거든...

원장샘 방에 들어가니, 원장도 역시 반갑게 맞으며
대뜸 '아직도 술 많이 자십니까?'한다.
입원 생활 때, 밤마다 몰래 술판을 벌였는데
병원 주방은 거의 나의 독차지였다.(주방장을 구워 삶아서)
한번은 원장샘 방에 있던 선물로 들어온(추석 때여서)
고급 양주가 서너 병 있었는데, 밤에 내가 그걸 다 마셔버렸다.
나중에 퇴원하는데, 원장이 원무과에 들러서 웃으며 하는 말이
'그 양반 병원비에 양주값하고 주방에 부식값 추가로 올려라.' 하는 거였다.
어쨌거나 병원에서 원장과 나는 매우 친숙했다.
언제나 넉넉한 미소와 따스한 배려가 큰 위안이 되었다.

어제 오후 늦게 치료차 들렀는데 또 하는 말이
'이 봐라. 또 한잔 걸치고 오셨구랴. 그러니 여기 아직 생피가 나지...'
하며 궁둥이를 때린다.  

그저께 수술은 좀 착오가 있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진단에 의해 마취를 약하게 했나보다.
그런데 막상 열고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이런! 수술 중에 마취를 두번이나 더했다.
10분이며 끝난다던 수술이 한 시간이나 걸렸다.
다행히 암덩어리는 깨끗하게 내 몸속을 빠져나갔다.
제법 정도 들었는데, 뭔가 좀 허전하다.
크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 정도 조심스럽게 키우고 싶었는데 말이다.

오늘 저녁에는 책이 나오는 날이다.
꼬박 일년 삼개월이 걸렸다.
조촐하게 창간호 출판기념회를 치룰 참이다.
막상 내고보니 모든 게 부끄럽고 부족하다.
아직 나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
마치 자식을 얻는 마음이다.
반갑기도 하고 초조한 가운데 불안하기도 하다.
행사가 끝나면 내일까지 퍼마셔야 한다.
이미 정자에 모텔을 잡아두었다.
내일은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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