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우리가 취하는 게
비단 술 뿐이겠는가
이른 아침, 가슴을 따숩게 데워주는 햇살에 취하고
정오의 고단한 이마를 식혀주는 한 줌 바람에 취하고
문득, 하염없이 내려다보는 면경 같은 물빛에 취하고......
사방에 널려있는 모든 것에 다 취하나니
오늘도 취하고 또 취하니
사는 게 곧 빚이로다.

하나, 아무리 취한들
어디 사람만 할까
마주하는 얼굴로
잔잔히 묻어나오는 향기만 할까
이번 산행이 자꾸 기다려지는 것도
이러한 취함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라오.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우리 마음껏 함 취해보세나.
빈 잔에 우정 듬뿍 담아
축배를 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