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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자

김종렬(09) 작성일 06-09-12 17:22 9,460회 4건

본문

참 희한한 일이다.
사람은 길을 가다가 태산준령에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라, 길가의 하찮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더니 내가 그짝이었다.
자신이 출마한 것도 아닌, 손바닥만한 지방선거 치루고, 그 충격과 후유증으로 인해, 평소 남의 일로만 여겼던 우울증이 내게 그렇게 심하게 올 줄이야. 사람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 그렇게 좋아하는 술까지도 내키지 않은 채, 어디 마땅히 이야기할 수도 없고, 거의 석달이나 혼자 끙끙댔나보다. 한마디로 우울증은 무서웠다.
휴대폰 잠궈놓고 전국을 돌아다니며(남해만 빼고) 여행도 해보고, 지쳐 쓰러질때까지 자전거도 타보고 산도 다니고(덕분에 재피랑 영지버섯 엄청수확), 십수년만에 극장도 가고, 서점에 종일 쳐박혀도 보고....별의 별짓을 다 했는가 싶다.
그러나 다행이도 이제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의 애정과 관심 덕에 거의 나은 것 같다. 근래에 와서 작품도 열심히 썼다. 지난 달에는 두번째의 동인지도 출간했고, 여름시인학교도 운영했다. 오는 19일부터는 삼산현대갤러리에서 시사전 작품전시회도 갖는다. 가을의 들꽃학습원에서 열 전시회와 낭송회도 준비 중이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술맛도 돌아오고, 성격도 밝아졌다.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에게 늘 절하는 마음으로 산다.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이만하기가...
하여 이제 다시 홈피를 재미나게 이끌어가겠다.
와글와글 시끌시끌하게 끌어올려보겠다.
그동안 여기 저기서 걱정해주고, 위로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언젠가 써놓은 졸시조 한 편 부리고 나간다.

살며, 생각하며

사는 게 빚이란 걸
마흔 지나 깨닫는다
산비둘기 울음으로
산은 다시 푸르고
갈대의 여린 몸짓에
하늘 저리 눈부시고.

퇴적층처럼 쌓여가는
일상의 군더더기도
쉽게 벗지 못하는
가난의 대물림도
마음 썪 비우고 나면
안개처럼 달아나고.

더러 지나온 길도
짚어보며 살 일이다
토닥토닥 어루만지며
등 맞대며 살 일이다
개울가 냇물 소리에
맘 보태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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