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2등만..
이상필(02)
작성일
08-01-17 14:26 8,6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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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부터 정확히 32년전(1976년) 2월5일
음력 설을 쇤지 사흘째 되던 날 부모님께 작별인사를 드리고
광주고속을 타고 논산읍 연무지서 앞 광장으로 향했었다.
"아쉬우~ㄴ 밤 허뭇한 밤..."하면서 휘파람 불면서 입대를 했었다.
명분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서이고 실제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였다.
어려운 형편에 능력도 안되는 자식을 인간 만들어 볼 요량으로
공부할 기회를 주신 부모님의 깊은 뜻도 모르고 현실도피..
세월은 제 멋대로 흘러흘러서 내게도 그 때 나를 닮은 자식이 생겼고
간다 안 간다 하다가 마침내 지원해서 지 동생들 보다 어린애들과
한 솥밥 먹으면서 군복무를 하게됐다.
다시는 찾고싶지 않았던 황산벌 입소대에 들어서니
그 엣날 나를 배웅해 주던 친구들 - 이 ** 과 또 다른 이** - 과의
기억이 새삼스레 떠 오른다. 그 땐 참 좋았었지 모든 게.
누구나 하는 일이고 또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별 생각 없이 4시간 가까이 전속력으로 운전해 가서 입소대에
내려주고 돌아왔는데 돌아오는 날 오후 부터 날씨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쌀쌀해지기 시작한 날씨가 이틑 날 부터는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로
뉴스의 첫 머리를 장식했다.
잘 적응하겠지 뭐.. 기껏해야 5주인데 달아메어 놓아도
돌아가는 국방부시계 아니겠는가 자위를 해본다.
아들 군에 보내놓고 그 더운 여름 내내 에어컨 한 번 안 틀었다던
친구의 얘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나도 이제 한 사람의 부모가 된 탓이리라 오늘따라 더 춥게 느껴지는 건.
빠르면 내일 쯤 훈련이 시작되겠지..
아들아,그저 있는 듯 없는 듯 2년 내내 2등만 하고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