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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멋지게 하는 법 - &nbsp;<책소개>

박창홍(15) 작성일 08-01-31 07:40 9,546회 3건

본문

미역국 먹으면 시험에서 떨어진다는데, 나는 여자만나 미역국 먹다가 결혼에 골인했다.


친척 소개팅으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을 때, 마음에 들고 안들고는 떠나서 스물아홉이라는 팔팔한 내 청춘에 결혼이라는 덫을 놓을 생각은 전혀없었다. 노새노새 한 십년 결혼하기 전까지 죽어라 노새, 나의 신념이었다.
예의상 영화 한 편을 보고 대학로의 어느 대학교 구내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가서도 이 신념은 변함없었다. 그러나 그날의 메뉴가 미역국 백반이었을 때, 운명의 여신은 혀를 쏙 내밀고 나에게 메롱 하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되었다.
아줌마가 가져다 준 미역국에 밥을 말아 우걱우걱 먹고 있는데, 테이블 앞 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 국밥 그릇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국이 줄어들어 보기에도 퍽퍽하게 보이는 국밥이었다.
“ 아줌마, 죄송한데 따뜻한 국 조금만 더 주세요”
그녀가 말했고 국이 왔고 그녀는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내 국밥 그릇에 국물을 부어줬다. 벌렁, 심장이 크게 뛰었다. 흐
흡, 숨이 콱 막혔다. 엄마! 테이블 앞에 엄마가 앉아있었던 것이다.
처음 만난 여인에게 모성애를 느끼는 순간 연애는 쌕쌕이타고 날아왔다. 젊은 엄마의 느낌을 주던 그녀는 신사임당이기도 했다. 같이 밥을 먹으면 그녀는 살짝 실례의 말을 남기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나는 안다. 그녀가 이를 조금 벌리고 내용물이 끼지 않았는지를 점검했거나, 화장한 얼굴을 홀로 살폈음을 아아…엄마에다 산골소녀의 순수함, 그리고 정숙함이라니.
그러나, 비정한 세월은 미역국 부어주던 여인에게 미역국 만들어주는 노동을 강요했고, 붓는 손보다 만드는 손은 투박할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젊은 모성 대신에 세월은  그악스럽고 때로는 뻔뻔하며 남편 앞에서 아이들을 줘패는 진짜 엄마를 앉혀놓은 것이다.
그 희대의 사기극에 나는 전율했다. 결혼 전 여인을 돌려달라고 나는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어여 밥먹고 출근해서 돈벌어오라고 했다. 부부싸움, 당연히 많이 했다. 그것도 참 처절하게 싸워댔다. 신혼 초에는 기싸움을 했고, 어머니 모시는 문제로 싸웠고, 변해가는 그녀가 억울해서 싸웠다. 그러나 드라마에 나오는 여인들처럼, 흐흑하고 울면서 여자가 집을 나가는 경우는 우리집 풍경이 아니었다. 나가도 내가 나가야 했고, 기어들어와도 내가 기어들어와야 했다. B형 여자랑 O형 남자, 정말 대책없는 싸움닭들이었다. 아내와 내가 속으로 읆조린 이혼이란 단어로 사전을 만들었다면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의 분량은 너끈히 나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전쟁이 10년 정도의 장기 레이스로 치달을 무렵,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어느 일요일이었다. 가만보니 둘 중 하나가 기분이 안좋아서 몸이 찌부둥하면 싸움을 걸어왔고 응전하는 양상이었다. 그날은 내가 시비를 걸었다. “ 청소좀 해놓고 쉬어! 돼지 우리 속에서 낮잠이 와? 낮잠이! 이 지저분한 여편네야!”
빽하고 소리를 지르고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있는데, 와장창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접시 깨지는 파열음 속에서 나는 분명히 들었다. “ 개xx, 나쁜 xx”
하늘 같은 지아비에게 개 xx라니. 이제 막장까지 온 것이구나. 내 밖에 나가 마누라 하나 못잡는 졸부로 찍힐바에야 내 오늘 계백처럼 너를 죽이고 말리라. 나는 문을 벌컥 열고, “ 뭐라 그랬어! 엉?” 라고 고함을 쳤다. 아내가 말했다. “ 뭘? 내가 뭐라했는데?”
그 순간 이상하기도 하지. 걷잡을 수 없이 웃음이 터졌다. 남자 앞에서 화장도 고치지 않던 여자가, 그릇을 깨며 육두문자를 읆조리는 이 상황에 대해, 나는 왜 이리 웃음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함께 한 세월이 대견했고, 이 거칠고 직설적인 싸움이 건강했다. 우리 부부는 갑자기 웃음보가 터져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 이후로 곪지 않는 싸움의 끝은 늘 이런식이었다.  박터지게 싸우고 머리 나쁜 새처럼 화해했다. 싸우면서도 코미디처럼 웃었다. 아이들이 크면서 젊잖게 싸우자고,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미지근하게 싸우면 싸운 것 같지도 않았다. 10년이 지나 우리는, 싸움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부부싸움에 해서는 안될 말이 있다. 상대방 집안을 비하하거나, 서로의 무능력과 치명적인 단점을 말하면 안된다. 그러나 또 해서는 안될 것이있다. 한쪽만 왈왈거리고 한쪽에 의해 거짓 화해와 평화를 가지는 가정. 나는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싸울때 평등하게 싸우자. 슬픈 영화보며 대성통곡하듯 분노를 폭발시키자. 지옥 같은 삶 속에서 가슴 속 쌓이는 부글거림을 화산처럼 터트려버리자. 그래봐야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나는, 그렇게 박터지게 싸울 파트너가 있어서 좋다.

- 어른 성장 심리서, 어른의 발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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