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강남덕(02)
작성일
08-04-30 13:37 9,771회
1건
본문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는 기분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들이 기대한 만큼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에 성급히 일어나서 나가는 일터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그 곳이란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가는 곳이며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자녀들이 밤 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직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모범을 손수 보이는 것이다"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듯한 훈시를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도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5세때 - 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슈퍼맨이야.
7세때 - 아빠는 아는 것이 너무 많은 만물박사야.
9세때 - 아빠와 선생님중 누가 더 높을까?
11세때 - 아빠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14세때 - 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너무 나요.
25세때 - 아버지 뜻을 이해하지만 그건 기성세대 생각이지요.
30세때 -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50세때 -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셨지.
----- - ----------------------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무관심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 그리고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려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 우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집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동기생들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하지만 혼자 차를 몰때는 큰소리로 울면서 기도도 한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 간다.
아버지!
이렇게 따듯하고 꽃피는 5월이 되면 더 그립고 보고파 지는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