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에서 길 찾아다니기가 쉬울까?
지도 한 장 들고 낯 선 길을 찾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어렵지만 남의 나라에선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그 어려움이라는 것이 그 때문에 못할 일이라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 백 조각 퍼즐 맞추는 것도 어렵고, 숨은 그림 찾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거기에 재미를 붙인 사람은 몇 시간이 걸리든 열심히 그 일을 한다.

지도 들고 낯선 도시 찾아다니는 일도 그와 같다. 어렵다면 더 어려울 수도 있고 재미있다면 더 재미있기도 하다. 그런 일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누가 공짜로 보내 준다고 해도 하지 않을 일이지만 ‘난 원래 그런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해’ 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걱정할 일이 아니다.

유럽에서 차 몰고 다니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처럼 되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국내에서도 차를 몰고 여행을 많이 다녔고 외국 여러 나라에서도 차를 몰고 다녀보았지만 지도 보면서 낯선 길 찾아가는 일에 한국과 외국의 차이는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어려운 길은 똑같이 어렵고 쉬운 길은 똑같이 쉽다.
한국에서 차 몰고 2박 3일 여행다닐 수 있는 사람은 유럽 가서도 2박 3일 다닐 수 있고,
2박 3일이 된다면 20박 30박 여행도 똑같은 방식으로 다니면 된다.

한국에서도 그런 여행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백 번을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지만,
원래 차 몰고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백 번이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


요즘은 세계어디든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게 되면 길 찾기는 더욱 쉬워진다.
한국에서 내비게이션을 켜 놓고 운전하는 것과 다른게 없다.



프랑크푸르트-파리를 잇는 고속도로. 너무 한적해서 지루한 길이다.
운전자들의 지루함을 덜어주려고, 길가에 장식물을 설치했다.
유럽의 고속도로는 대도시 주변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렇게 한적하다.
이런 길을 장시간 운전하는 것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까?



- 운전 자체가 어렵지는 않을까
세상에서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곳이 유럽이고, 여러 가지 교통규칙이 만들어진 곳도 유럽이다.
유럽의 운전환경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안전하고 유럽사람들의 운전태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모범적이다.

그저 간단히 몇 가지 예만 들어본다면,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고속도로 추월차선을 ‘막무가내 정속주행’하는 차는 단 한 대도 볼 수 없고,
따라서 지그재그식 운전을 하는 차 역시 단 한 대도 없다.
복잡한 도심지에서도 방향지시등만 켜면 옆 차선의 내 뒤쪽에서 오던 차는 즉시 브레이크에 발을 얹어준다.

이런 것들이 유럽에선 상식이고 누구나 다 그런 식으로 운전한다.
유럽 자동차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이태리는 어떻다...." 는 말을 하지만,
그건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어떻다는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한국사람이 이태리 사람들의 운전을 뭐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운전한다.
이 대목에서 ‘애국심’을 떠올리며 발끈할 필요는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율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다른 나라 - 유럽에 가서 운전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우리가 유럽여행에서 배울 게 있다면, 파리의 예술보다도 로마의 건축술보다도 
그들의 운전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