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美國)의 '5가지 착각'
류봉환(07)
작성일
08-10-22 07:14 9,9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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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착각 속에 살아왔다. 냉전과 탈냉전 시기에 자신이 설파하고 신봉했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과 규칙이 21세기에도 통할 것이라 믿어오다 이번 금융위기를 맞아 허둥대고 있다. 미국 정치학계의 석학인 브루스 젠틀슨(Jentleson) 듀크대 공공정책학 교수와 스티븐 웨버(Weber) 캘리포니아대(버클리 분교) 정치학 교수는 정치·외교 전문 격월간지 포린폴리시 최신호(11·12월호)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숭상해온 5가지 낡은 사고를 전면 수정하고 21세기의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라고 충고했다.
◆시대착오적인 5대 이념=미국이 반세기 넘게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섬겼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명제 중 하나가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 독재가 20년 만에 13억 인민들을 빈곤에서 구해내고 전제주의적 푸틴(Putin) 정권이 러시아의 중흥기를 마련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낫다'는 생각도 시대에 뒤떨어졌다. 체제 경쟁에서 자본주의가 승리한 건 옳지만 요즘 자본주의는 예전 모습이 아니다. 사회주의 냄새가 짙은 변형된 자본주의가 더 각광 받는 세상이다. 게다가 이번 금융위기로 시장 만능주의는 설 땅을 잃었다. 미국은 또 '헤게모니(패권)가 힘의 균형보다 낫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급속히 다각화한 요즘 세상은 위계질서 대신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절대적 헤게모니는 쥐고 싶어도 쥘 수가 없게 됐다.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는 믿음도 시대착오적이다. 전쟁은 수단 다르푸르의 살육을 막고 미얀마 군정의 야만적 학정을 중지시킬 마지막 수단일 수도 있다. '서구 문화가 다른 것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도 한때 많이 퍼졌지만 부시 행정부 때 극에 달한 전세계의 반미 감정은 이런 생각을 과거의 유물로 만들었다.
◆이념의 무한경쟁 시대 열리다=요컨대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미국이 정녕 21세기에 적응하고 싶다면 ▲항상 변화하는 이념의 속성을 이해하고 ▲국내외 모두에서 모순 없이 적용되는 일관성 있는 이념을 내세우고 ▲기술의 발전이 비국가 조직의 영향력을 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두 교수는 충고한다.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