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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공부의 신, 인생의 신

박창홍(15) 작성일 10-01-21 06:50 9,025회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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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공부의 신, 인생의 신
view_date.gif2010-01-20(수) 14:01:00, view_hits.gif3
‘공신돌(공부의 신 아이돌)’ ‘독설수로(독설만 퍼붓는 김수로)’ ‘공드폐인(공부 드라마 폐인)’….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 ‘공부의 신’으로 인해 나타난 인터넷 신조어들이다. 어머니들은 학원에 가는 아이들까지 끌어 앉혀놓고 이 드라마를 보게 하고, 실제 많은 청소년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 ‘공부하고 싶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드라마는 ‘꼴찌도 할 수 있다’ ‘무엇이든 미친듯이 하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을뿐 아니라 ‘공부에만 미친듯이 매달리는 것은 학벌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는 일부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버리고 있다. 드라마는 공부를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는 방향타로 설정, 청소년들이 거센 파고를 헤치며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승리의 역정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를 더욱 TV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드라마에서 ‘공부의 신’은 천하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기도 하고, 이들을 이끄는 변호사 강석호(김수로)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독설을 쏘아붙이며 내면에 잠자고 있던 승부욕과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강석호는 어쩌면 진정한 ‘신(神)’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울산에도 강석호 역할을 맡은 공부의 신들이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사교육에 맞서 공교육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들은 바로 학교 현장의 교사와 교육청 정책입안자들이다. 올해부터 일전불사의 공격모드로 전환한 울산교육청의 모습은 마치 장강을 사이에 두고 사교육과 대치하는 적벽대전의 전야를 연상케 한다.

우선 지난해 3곳에 불과하던 ‘예비중학교’가 올 겨울방학에는 40곳으로 대폭 늘었다. ‘예비중학교’란 입학예정인 초등학교 6학년생에게 학원비의 3분의 1 가격으로 선행학습을 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북구 달천중학교는 예비신입생 245명 가운데 51%인 120명을, 대현중학교는 350명 중 43.7%인 153명을 자체 선행학습 프로그램에 흡수했다. 내년에는 이 같은 ‘예비중학교’가 대부분의 중학교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벌써 사교육 시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논술시장에도 공교육의 역습은 시작됐다. 올해 학성고와 방어진고, 무룡고에는 지난 4일부터 2010학년도 수시 및 정시 전형에 대비한 ‘공교육 논술학교’가 오는 22일까지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3년째 운영되고 있는 공교육 논술학교는 갈수록 희망자가 많아져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외에도 울산시교육과학연구원은 올해 처음으로 제1회 겨울방학 논술캠프를 열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 논술캠프에는 초·중·고교 311명이 20개반에 편성돼 그야말로 ‘열공’ 중이다.

취약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보강시켜주는 ‘방학 중 업그레이드 학교’도 인기리에 운영 중이다. 수능 3개 영역 가운데 2개 영역은 내신 2등급 이상이지만 1개 영역이 그 이하인 학생들은 학원 대신 이 업그레이드 학교에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취약과목을 보강할 수 있다.

이밖에 교육청은 지난달 22일부터 대학생 650명을 풀어 저소득가정 학생 등 3300명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도록 해 학습·인성지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 공교육의 파상공세는 언제 거대한 쓰나미로 돌변할지 모른다. 이러한 가운데는 적진을 향해 가장 먼저 뛰어가는 소대장처럼 ‘공부의 신’들이 곳곳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친 집착은 자칫 목적성을 상실해 망망대해에서 자신의 좌표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좌절’이다. 그러나 ‘성공’의 동의어가 꼭 ‘행복’인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성공의 전리품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앞으로만 돌진하는 것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의 신’ 옆에 ‘인생의 신’이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

이재명(11회, 경상일보 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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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03)님의 댓글

박경은(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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