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기]김도현 선배님 블랙이글 에어쇼 사고소식....
고석진(23)
작성일
06-05-05 19:07 9,8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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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이번 수원비행장 블랙이글 에어쇼 두중 산화하신,
영원한 학고인
21기 김도현 선배님을 여러 선후배분들에게 알리기 위한 글입니다.
학고 재학 당시, 학생회장을 역임했으며....공사 시절
가입교 생도대장, 공사 생도대장(일반대학의 총학생회장 격임),
동기회장 등을 역임한
공사 44기가 공인하는 장차 공군참모총장감이었습니다.
여러 후배분들도 모교의 선배가 훌륭한 일을 하고 갔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올립니다.
영원한 학고인...파일럿 고 김도현 소령에게 바칩니다.
=====================================
23기 학고 후배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축구 좋아하던 형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시절 스콜내기....1/2/3학년 선후배반간의 축구내기를 많이도 했었는데요..)
저는 공군에서 작전CQ로 복무했었습니다. 97년말 제가 제대하기 사흘전에
멀리 제주도 행사 중에 사천을 찾아주시고 또한, 제대를 축하해 주셨던
제가 참 존경했던(함께 근무시, 고등비행훈련대대의 비행중대장님이셨습니다.)...
97년 당시 블랙이글의 비행대장님(고, 조원훈 중령)께서...
제가 전역하고 몇 개월 후...그러니까...98년 5월 8일 어버이날
저는 이날 서울에서 울산에 계신 부모님을 뵙게 위하여 내려가는 길...고속터미널에서
SBS뉴스를 보게 됩니다....내용인 즉슨, 당시 MBC 특집프로의 촬영지원차
하늘로 올랐다가....곧 태어날 아이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셨는데요...
이 분의 사연을 알고 있던 터라, 남은 유가족의 모습에 눈물이 나더이다....
어떻게 얻은 아이인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오늘 갑자기 이런 사고가 났습니다.
블랙이글의 사고인지라...그 곳에서 비행을 해 왔던,
선배 형님 한분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너무 슬픈 일입니다. 왜 ejection을 안 하셨는지요....
형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 좋아하던 하늘에서 편히 잠드소서...
* 형님의 활약상을 보시고 싶으시면, 아래 사이트의 블랙이글을 찾아가 보십시오.
http://www.airforce.mil.kr/ 에 사이버 분향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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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대위 `살신성인 참사 막은 듯
“나도 언젠가 블랙이글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많다. 막상 제안이 왔을 때는 축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절망적이었다.”
5일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발생한 블랙이글 소속 A-37기 추락사고로 숨진 고(故) 김도현(33.공사44기.소령진급예정) 대위가 생전 블랙이글을 취재한 한 작가에게 남긴 말이다.
그는 이어 “5∼6개월간 비행도 못했지만 블랙이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하지만 블랙이글팀은 나를 기다려줬고 그 간의 정신적 방랑을 끝내고 인생의 전화위복을 맞게 됐다.”고 했다.
이날 사고가 대규모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여러가지 정황상 김 대위의 희생정신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대위가 탄 항공기는 고도 400m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하다 상승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지상 활주로에 추락했다.
블랙이글의 에어쇼를 보기 위해 1천300여명의 시민들이 불과 1.8㎞ 떨어진 곳에 운집해 있었고 당시 사고항공기의 속도와 좌우로 뒤트는 곡예비행을 감안하면 항공기가 어디로 추락할 지는 전혀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해 봐야겠지만 비록 저고도이기는 했지만 김 대위가 위기의 순간에도 탈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흔들리는 기체 속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공군 관계자는 “기체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곡예비행을 하고 있던 터라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기체가 관람석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추락을 포함한 통제불능 상태에서는 즉각 탈출하는 것이 공군 조종사들의 기본원칙이란 점을 감안하면 김 대위가 사고 직전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료들에 따르면 작년 2월 블랙이글에 배속된 김 대위는 ‘비행은 항상 겸손하게’라는 신조로 전투 조종사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5번이나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 광인 그는 블랙이글에서 힘찬 기동을 선보일 수 있도록 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영결식은 8일 오후 3시 8전투비행단에서 거행되며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6.05.05 18:25 52
고 김도현 소령님의 동창 친구분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http://econostory.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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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어린이날이던 어제 수원 비행장에서 에어쇼 도중 추락사한 공군 블랙이글팀 소속 고 김도현 대위는 저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랜 친구입니다. 2학년 때는 같은 반이었고, 3학년 때는 학생회 일을 함께 했었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 친구는 사관학교로, 저는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 뒤로도 꾸준히 만나던 사이였습니다. 대위를 달고 난 뒤에 엘리트 장교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이 친구도 모 대학교의 경영학과 대학원에 위탁교육을 2년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마침 그가 다니던 학교가 그 무렵 제가 다니던 연구소 바로 옆이었고, 집도 근처였던지라 가끔 술도 한 잔씩 하고 그랬었죠. 그의 지도교수가 제 대학교 과 선배라는 인연도 있었고. 그가 결혼을 한 것도 이 시절이고, 제가 유학을 나온 것도 이 때였죠. 그 뒤로는 몇 년간 본 적이 없군요.
그가 블랙이글팀에 있다는 것은 얼마전 [기술은 누구 것?]이라는 포스팅을 써놓고 여기에 첨부할 만한 적당한 사진을 얻으러 블랙이글팀 웹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당장이라도 달려가 축하를 해 주고 싶었지만 제 처지가 처지인지라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죠. 다음에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반드시 불러서 술 한 잔 해야겠다면서 말이죠.
그에게 블랙이글팀은 각별한 것이었을 겁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했던 가까운 친구들은 대충 아는 얘긴데, 그가 공군사관학교로 진로를 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이 시절 그가 인상깊게 봤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 건]이었기 때문이죠. 그 영화에 나오는 엘리트 조종사들의 모습이 그렇게도 근사해 보였던지 2학년 말 무렵부터 그는 자신은 공군사관학교를 가서 탑건이 되고야 말겠다며 노래를 부르고 다니더군요. 그리고 결국은 정말로 공군사관학교에 가서 조종사가 되었지요.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가 대한민국 공군 최정예 조종사들로만 구성된 블랙이글팀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뻐했을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죠. 그리고 이거야말로 위인전에나 나오는 "어릴 적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인간 승리의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직접 축하는 못해줬지만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죠. 내 친구 중에 이런이런 놈이 있다고. 저도 신이 났었거든요. 녀석이 대견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걸 채 축하해주기도 전에 그가 먼저 가 버렸군요.
고3 때 이 친구는 학생회장을 했죠. 우리가 2학년 때는 제가 학년장 비스무리한 개념인 학생회 부회장을 했었는데(그 무렵 3학년이 회장을, 2학년과 3학년 각 1명씩이 부회장을 맡았음), 3학년이 되면서 학생회장단을 새로 뽑는 선거를 하게 되었을 때 저는 선거관리위원장이었고 이 친구랑 다른 한 친구가 출마를 했죠.
전교생이 지켜 보는 앞에 유세를 하는데 연설 원고를 허공에 냅따 집어 던지는 이벤트성 퍼포먼스를 한 끝에 이 친구가 당선이 되었죠. 그 전에도 이 비슷한 퍼포먼스를 했던 후보가 당선된 적도 있었고 해서, 그 뒤로 우리들 사이에서는 "학생회장이 되려면 원고를 집어던지면 된다"는 우스개가 돌기도 했죠. (나중에 들은 얘긴데, 그 다음 해 학생회장 선거 때는 몸에다 물을 퍼붓는 놈에, 연설대에 식칼을 꽂아 놓고 연설하는 놈까지 나왔다고 하더군요.)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이 친구와 부회장이 된 또 다른 친구가 저를 찾아와서는 임기 끝났다고 그냥 손 떼지 말고 같이 한 번 멋지게 학생회를 꾸려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결국 한 번 잘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되었죠. 그래서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학생회 간부진을 인선하고 하나하나 영입을 하기 시작했지요. 비평준화 학교였던 모교의 특성 상 고3들을 학생회 간부로 끌어들이는 것이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결국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그럴 듯한 학생회가 구성되었죠. 우리는 이걸 [드림팀]이라고 불렀죠.
전교조 직후 세대였던 우리는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그 전까지만 해도 모교의 학생회 역사를 통털어 개념도 없던 온갖 일들을 벌리고 다니기 시작했죠.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말이 들어맞을 정도로, 한번도 제대로 된 걸 본 적도 없었던 고등학교 학생회 활동의 전범을 우리는 하나씩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죠. 그 중 하이라이트는 캠프파이어에 축하공연까지 동원한 학교 축제였죠.
축제 준비를 위해 이런저런 구상을 할 때 교장선생님이 이걸 허락하시겠냐고 지레 겁을 먹고 있던 제게, 이 친구와, 부회장을 맡고 있던 다른 한 친구는 "퇴학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안대로 성사시키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죠. 결국 교장선생님과의 담판 끝에 우리는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고(리더의 "추진력"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하는 걸 전 이 때 배웠습니다.), 결국 축제는 전례없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죠. 그 때부터 학교 안에서, 그리고 선후배들 사이에서, 그리고 인근 여학교들에서까지 우리들은 유명인사가 되기 시작했죠. 거기다 그 해 학생회 간부진은 유례없이 성공적인 입시성적을 거두었고, 그 때부터 우리들은 모교의 역사에 "전설"로 남기 시작했죠.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고 김도현 대위, 이 친구가 있었죠. 그리고 저로서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 1년을 그와 동고동락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죠.
"관중석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비상탈출을 포기하고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는 게 공군 관계자의 추측이라는군요. 충분히 그럴 놈이죠. 바보같은 자식.
이런 순간에 멀리서 속만 태우고 있어야 한다는게 정말 못할 짓이군요. 휴...나중에 다시 씁니다.
* 형님의 활약상을 보시고 싶으시면, 아래 사이트의 블랙이글을 찾아가 보십시오.
http://www.airforce.mil.kr/ 에 사이버 분향소가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최고관…님에 의해 2012-06-13 21:15:07 동문소식에서 이동 됨]
이번 수원비행장 블랙이글 에어쇼 두중 산화하신,
영원한 학고인
21기 김도현 선배님을 여러 선후배분들에게 알리기 위한 글입니다.
학고 재학 당시, 학생회장을 역임했으며....공사 시절
가입교 생도대장, 공사 생도대장(일반대학의 총학생회장 격임),
동기회장 등을 역임한
공사 44기가 공인하는 장차 공군참모총장감이었습니다.
여러 후배분들도 모교의 선배가 훌륭한 일을 하고 갔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올립니다.
영원한 학고인...파일럿 고 김도현 소령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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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기 학고 후배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축구 좋아하던 형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시절 스콜내기....1/2/3학년 선후배반간의 축구내기를 많이도 했었는데요..)
저는 공군에서 작전CQ로 복무했었습니다. 97년말 제가 제대하기 사흘전에
멀리 제주도 행사 중에 사천을 찾아주시고 또한, 제대를 축하해 주셨던
제가 참 존경했던(함께 근무시, 고등비행훈련대대의 비행중대장님이셨습니다.)...
97년 당시 블랙이글의 비행대장님(고, 조원훈 중령)께서...
제가 전역하고 몇 개월 후...그러니까...98년 5월 8일 어버이날
저는 이날 서울에서 울산에 계신 부모님을 뵙게 위하여 내려가는 길...고속터미널에서
SBS뉴스를 보게 됩니다....내용인 즉슨, 당시 MBC 특집프로의 촬영지원차
하늘로 올랐다가....곧 태어날 아이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셨는데요...
이 분의 사연을 알고 있던 터라, 남은 유가족의 모습에 눈물이 나더이다....
어떻게 얻은 아이인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오늘 갑자기 이런 사고가 났습니다.
블랙이글의 사고인지라...그 곳에서 비행을 해 왔던,
선배 형님 한분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너무 슬픈 일입니다. 왜 ejection을 안 하셨는지요....
형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 좋아하던 하늘에서 편히 잠드소서...
* 형님의 활약상을 보시고 싶으시면, 아래 사이트의 블랙이글을 찾아가 보십시오.
http://www.airforce.mil.kr/ 에 사이버 분향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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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대위 `살신성인 참사 막은 듯
“나도 언젠가 블랙이글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많다. 막상 제안이 왔을 때는 축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절망적이었다.”
5일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발생한 블랙이글 소속 A-37기 추락사고로 숨진 고(故) 김도현(33.공사44기.소령진급예정) 대위가 생전 블랙이글을 취재한 한 작가에게 남긴 말이다.
그는 이어 “5∼6개월간 비행도 못했지만 블랙이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하지만 블랙이글팀은 나를 기다려줬고 그 간의 정신적 방랑을 끝내고 인생의 전화위복을 맞게 됐다.”고 했다.
이날 사고가 대규모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여러가지 정황상 김 대위의 희생정신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대위가 탄 항공기는 고도 400m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하다 상승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지상 활주로에 추락했다.
블랙이글의 에어쇼를 보기 위해 1천300여명의 시민들이 불과 1.8㎞ 떨어진 곳에 운집해 있었고 당시 사고항공기의 속도와 좌우로 뒤트는 곡예비행을 감안하면 항공기가 어디로 추락할 지는 전혀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해 봐야겠지만 비록 저고도이기는 했지만 김 대위가 위기의 순간에도 탈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흔들리는 기체 속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공군 관계자는 “기체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곡예비행을 하고 있던 터라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기체가 관람석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추락을 포함한 통제불능 상태에서는 즉각 탈출하는 것이 공군 조종사들의 기본원칙이란 점을 감안하면 김 대위가 사고 직전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료들에 따르면 작년 2월 블랙이글에 배속된 김 대위는 ‘비행은 항상 겸손하게’라는 신조로 전투 조종사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5번이나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 광인 그는 블랙이글에서 힘찬 기동을 선보일 수 있도록 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영결식은 8일 오후 3시 8전투비행단에서 거행되며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6.05.05 18:25 52
고 김도현 소령님의 동창 친구분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http://econostory.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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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어린이날이던 어제 수원 비행장에서 에어쇼 도중 추락사한 공군 블랙이글팀 소속 고 김도현 대위는 저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랜 친구입니다. 2학년 때는 같은 반이었고, 3학년 때는 학생회 일을 함께 했었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 친구는 사관학교로, 저는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 뒤로도 꾸준히 만나던 사이였습니다. 대위를 달고 난 뒤에 엘리트 장교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이 친구도 모 대학교의 경영학과 대학원에 위탁교육을 2년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마침 그가 다니던 학교가 그 무렵 제가 다니던 연구소 바로 옆이었고, 집도 근처였던지라 가끔 술도 한 잔씩 하고 그랬었죠. 그의 지도교수가 제 대학교 과 선배라는 인연도 있었고. 그가 결혼을 한 것도 이 시절이고, 제가 유학을 나온 것도 이 때였죠. 그 뒤로는 몇 년간 본 적이 없군요.
그가 블랙이글팀에 있다는 것은 얼마전 [기술은 누구 것?]이라는 포스팅을 써놓고 여기에 첨부할 만한 적당한 사진을 얻으러 블랙이글팀 웹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당장이라도 달려가 축하를 해 주고 싶었지만 제 처지가 처지인지라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죠. 다음에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반드시 불러서 술 한 잔 해야겠다면서 말이죠.
그에게 블랙이글팀은 각별한 것이었을 겁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했던 가까운 친구들은 대충 아는 얘긴데, 그가 공군사관학교로 진로를 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이 시절 그가 인상깊게 봤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 건]이었기 때문이죠. 그 영화에 나오는 엘리트 조종사들의 모습이 그렇게도 근사해 보였던지 2학년 말 무렵부터 그는 자신은 공군사관학교를 가서 탑건이 되고야 말겠다며 노래를 부르고 다니더군요. 그리고 결국은 정말로 공군사관학교에 가서 조종사가 되었지요.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가 대한민국 공군 최정예 조종사들로만 구성된 블랙이글팀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뻐했을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죠. 그리고 이거야말로 위인전에나 나오는 "어릴 적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인간 승리의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직접 축하는 못해줬지만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죠. 내 친구 중에 이런이런 놈이 있다고. 저도 신이 났었거든요. 녀석이 대견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걸 채 축하해주기도 전에 그가 먼저 가 버렸군요.
고3 때 이 친구는 학생회장을 했죠. 우리가 2학년 때는 제가 학년장 비스무리한 개념인 학생회 부회장을 했었는데(그 무렵 3학년이 회장을, 2학년과 3학년 각 1명씩이 부회장을 맡았음), 3학년이 되면서 학생회장단을 새로 뽑는 선거를 하게 되었을 때 저는 선거관리위원장이었고 이 친구랑 다른 한 친구가 출마를 했죠.
전교생이 지켜 보는 앞에 유세를 하는데 연설 원고를 허공에 냅따 집어 던지는 이벤트성 퍼포먼스를 한 끝에 이 친구가 당선이 되었죠. 그 전에도 이 비슷한 퍼포먼스를 했던 후보가 당선된 적도 있었고 해서, 그 뒤로 우리들 사이에서는 "학생회장이 되려면 원고를 집어던지면 된다"는 우스개가 돌기도 했죠. (나중에 들은 얘긴데, 그 다음 해 학생회장 선거 때는 몸에다 물을 퍼붓는 놈에, 연설대에 식칼을 꽂아 놓고 연설하는 놈까지 나왔다고 하더군요.)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이 친구와 부회장이 된 또 다른 친구가 저를 찾아와서는 임기 끝났다고 그냥 손 떼지 말고 같이 한 번 멋지게 학생회를 꾸려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결국 한 번 잘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되었죠. 그래서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학생회 간부진을 인선하고 하나하나 영입을 하기 시작했지요. 비평준화 학교였던 모교의 특성 상 고3들을 학생회 간부로 끌어들이는 것이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결국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그럴 듯한 학생회가 구성되었죠. 우리는 이걸 [드림팀]이라고 불렀죠.
전교조 직후 세대였던 우리는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그 전까지만 해도 모교의 학생회 역사를 통털어 개념도 없던 온갖 일들을 벌리고 다니기 시작했죠.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말이 들어맞을 정도로, 한번도 제대로 된 걸 본 적도 없었던 고등학교 학생회 활동의 전범을 우리는 하나씩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죠. 그 중 하이라이트는 캠프파이어에 축하공연까지 동원한 학교 축제였죠.
축제 준비를 위해 이런저런 구상을 할 때 교장선생님이 이걸 허락하시겠냐고 지레 겁을 먹고 있던 제게, 이 친구와, 부회장을 맡고 있던 다른 한 친구는 "퇴학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안대로 성사시키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죠. 결국 교장선생님과의 담판 끝에 우리는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고(리더의 "추진력"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하는 걸 전 이 때 배웠습니다.), 결국 축제는 전례없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죠. 그 때부터 학교 안에서, 그리고 선후배들 사이에서, 그리고 인근 여학교들에서까지 우리들은 유명인사가 되기 시작했죠. 거기다 그 해 학생회 간부진은 유례없이 성공적인 입시성적을 거두었고, 그 때부터 우리들은 모교의 역사에 "전설"로 남기 시작했죠.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고 김도현 대위, 이 친구가 있었죠. 그리고 저로서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 1년을 그와 동고동락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죠.
"관중석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비상탈출을 포기하고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는 게 공군 관계자의 추측이라는군요. 충분히 그럴 놈이죠. 바보같은 자식.
이런 순간에 멀리서 속만 태우고 있어야 한다는게 정말 못할 짓이군요. 휴...나중에 다시 씁니다.
* 형님의 활약상을 보시고 싶으시면, 아래 사이트의 블랙이글을 찾아가 보십시오.
http://www.airforce.mil.kr/ 에 사이버 분향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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