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했을 뿐" 이웃 돕는 '울산의 허준'
노인의 날 국민포장 받는 한의사 이영태씨
(울산=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저는 한의사입니다. 환자에게 한약을 지어주거나 침을 놓는 일로 밥벌이를 하죠. 평소 직업으로 하던 일을 조금 더 한 것뿐이니 `봉사'네 어쩌네 하는 말은 적절치 않습니다."
23일 이영태(45) 울산 강동한의원장은 제13회 노인의 날(10월2일) 국민포장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일주일간 출타했다 돌아오니 무슨 상을 준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뭔지는 잘 모른다"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본인의 말과는 달리 이 원장의 공적 조서는 아주 빽빽하다. 울산 중구한의사회 회장이자 울산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1987년부터 농어촌을 비롯한 의료취약지역과 장애인 보호시설 등을 찾아 20여년간 의료봉사를 폈다.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에 보약 지원, 한의원 간 노인 무료진료망 구축, 노인 대상 건강강좌 등 그가 참여하는 활동은 10개가 넘는다. 단순한 생색내기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무료 수술까지 하는 진짜 `의료행위'다.
이런 활동의 시작은 동국대학교 한의과에 재학하던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마포구의 달동네를 우연히 둘러본 그는 선후배와 동기생 6~7명을 모아 바로 무료진료소를 차렸다. "주민의 삶을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서"가 이유였다.
"불과 몇천원이 없어 고통을 참는 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루에도 100명 이상씩 진료소를 찾아오셨죠. 주위에선 `돈도 없이 어떻게 하려느냐'고 걱정하던데 막상 시작하니 주민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환자가 하루가 다르게 호전되는 모습에서도 큰 힘을 얻었고요."
"내 도움이 가져오는 뚜렷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의사임을 다행으로 여기는 그는 이력이 참으로 다양하다. 저소득층 학생 공부방과 동아리 활동을 지원했고, 울산사회문화원을 설립해 의료봉사와 환경캠페인, 장학금 지급 등의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지역 진보단체인 울산인권연대에 설립 초기부터 참여하다 정보과 형사들의 `관리 대상'이 된 적도 있다.
이 원장은 "의료보험제도가 잘 갖춰졌다고는 하지만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며 "환자가 돈이 없다고 하면 그냥 치료하거나 약을 지어주는데 일부 어르신은 종이 상자를 주워 판 돈을 약값이라며 들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다음 달 1일 울산시청 정례조회에서 국민포장을 받는다. 포장은 훈장 바로 아래 등급의 상훈으로 자치단체의 추천을 받은 행정안전부가 현장조사를 거쳐 대상자를 결정한다.
stn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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